그날
너무 캄캄한 길모퉁이를 돌아서다가
익숙한 장애물을 찾고 있던
나의 감각이, 딱딱한 소스라침 속에서
최초로 만난 事象, 불현듯
존재의 비밀을 알아버린
그날, 나의 플래쉬 속으로 갑자기, 흰

- 기형도, <나의 플래쉬 속으로 들어온 개> 中

*  事象 : 관찰할 수 있는 사물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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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다가 불현듯 내 생각이 났다.
술을 엄청 퍼 마시고 비틀거리다 우리학교 교양관의 까칠까칠한 벽에 부딪혔다.
벽이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술을 마신 나로서는...
그 때 나는 허연 빛을 보았다. 불이 번쩍 했다.

그래서 나는 기형도 시인이 술을 한 잔 하고 비틀거리다
술집 근처 벽에 머리를 한 번 헤딩하고 나서 시를 쓴 게 아닐까 생각한다
플래쉬, 흰 빛이 번쩍~~
그렇게 부딪히고 나서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아프지만 뭔가 속 시원한 마음이 있었다. 그때는...

이제는 술을 마셔도
안경을 잃어버리고, 몸이 피곤해 죽을 것 같아도
뭔가 마음이 허전하다.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다.
by 누런돼지 2008. 3. 26. 03:17
석쇠의 비유 / 복효근

꽁치를 굽든 돼지갈비를 굽든 간에
꽁치보다 돼지갈비보다
석쇠가 먼저 달아야 한다
익어야 하는 것은 갈빗살인데 꽁치인데
석쇠는 억울하지도 않게 먼저 달아오른다
너를 사랑하기에 숯불 위에
내가 아프다 너를 죽도록 미워하기에
너를 안고 뒹구는 나는 벌겋게 앓는다
과열된 내 가슴에 너의 살점이 눌어붙어도
끝내 아무와도 아무 것과도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고독하게 알고 있다
노릇노릇 구워져 네가 내 곁을 떠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차갑게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나는
너의 흔적조차 남겨서는 아니 되기에
석쇠는 식어서도 아프다
더구나
꽁치도 아닌 갈빗살도 아닌 그대여
어쩌겠는가 사랑은 떠난 뒤에도
나는 석쇠여서 달아올라서
마음은 석쇠여서 마음만 달아올라서
내 늑골은 이렇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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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는 태어나면서부터 어차피 꽁치든 갈빗살이든 같이 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점점 나는 운명론자가 되어가는 것일까. 명색이 유물론자인데...ㅋ
by 누런돼지 2008. 3. 22. 23:31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복효근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 중 몇 마리는 저 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가리 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시를 겁나게 잘 아는 친구 얘기/조영관

어쩌다 곰장어 포실하게 익어 가는 포장마차에서
몇 자 끼적거리다가 들키는 바람에
시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 왈
가슴을 때리면 때리는 것이지
때릴까 말까 그렇게 재는 것도 시냐고
저 푸른 풀밭 거시기 하면서 끝나면 되는 것을
뭐 좋은 말 있을까 없을까 겁나게 재쌓는다고
그런 것도 시냐고
친구는 심심한 입으로 깐죽거리며 얘기했는데

유행가 가사처럼 자기 깐에 흥얼흥얼 불러제낄 수 있으면 된느 거지
도대체 분간이 안 가게 써 놓은 것도 시냐고
툭 터진 입으로 잘도 나불대다가는
거울에 달라붙은 묵은 때를
걸레로 박박 문대 닦아내드끼
우리같이 못 배운 사람들 머리에도
훤하게 쏙쏙 들어오게 고렇게만 쓰면 될 것이지
기깔나게 멋만 부려쌓는다고
그런 것도 시냐라고 친구는 겁나게
싸갈탱이 없이 얘기를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니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해 놓고
연기가 빠져나가는 천장만 말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래 짜샤 나도 안다 알어 그 정도가 될라면
얼마나 지지고 볶고 엎어치고 뒤집어치고
대가리를 얼마나 질끈질끈 우려먹어야 되는지 나도 안단 말이다
허지만 요즘 같이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그런 고민을 해쌓다니
정말 신통방통허다면서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소리를 주절거리다가는
달랜답시고 어깨를 툭툭 치며 술까지 채워줬는데

그래 죽도 밥도 안 되는 시
고것도 사치라고 말하면 할말이 없다마는 하고
서두를 떼어놓고도
시가
유행가 가사처럼 술술 그렇게 흘러나오기가
쉽냐 임마 하고 말하려다가
술잔만 빙빙 돌리며 고개를 팍 수그리고 찌그러져 있었는데
한심하다는 것인지 안타깝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게
친구는 입맛을 춧춧 다시며 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더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흔적을 남기는
우리 인생살이 같이
농담 같으면서도 농담 같지 않고
욕 같으면서도 욕이 되지는 않는
망치로 때리는 것 같지만서도 호미로 가슴을 긁는 시가 될라면
졸나게 쉬우면서도 생각할수록 어려운 시가 될라면
얼매나 깊은 터널을 지나야 하는지 니가 어떻게 알겄냐 자식아, 라는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돌면서도
웬일로 한숨 같은 기침만 터져 나오는지
연기 자우룩하게 곰장어는 익다 못해 타고 있었는데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박정대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그대가 없어도 혼자 담배 피우는 밤은 오네

보르헤스의 책을 펼쳐놓고
<꿈의 호랑이들>을 읽는 밤은 오네

밤이 와서 뭘 어쩌겠다는 것도 아닌데
깊은 밤 속에서
촛불로 작은 동굴을 하나 파고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쓰는 밤은 오네

창 밖에는 바람이 불고
가끔 비가 내리기도 하겠지만
내 고독이 만드는 음악을
저 홀로 알뜰히 듣는 밤은 또 오네

한때 내가 사랑했던 그대,
통속소설처럼 떠나간 그대는
또 다른 사람 품에서
사랑을 구하고 있겠지만
이제는 아무리 그대를 생각해도
더 이상 아프지도 않아 나는 아프네,

때로는 그대와의 한 순간이
내게 영원으로 가는 길을 보여줬으니
미안해하지 말게, 사랑이여,
그런 건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이여
그대에 대한 짧은 사랑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이미 불멸을 지녔네


사랑하는 별 하나/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by 누런돼지 2008. 3. 16. 23: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들레 압정 / 이문재

아침에 길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민들레가 자진自盡해 있었습니다
지난 봄부터 눈인사를 주고받던 것이었는데 오늘 아침, 꽃대 끝이 허전했습니다
꽃을 날려보낸 꽃대가, 깃발 없는 깃대처럼 허전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아직도 초록으로 남아 있는 잎사귀와 땅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 때문일 것입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멈춘 민들레 잎사귀들은 기진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낸 자세입니다
첫아이를 순산한 젊은 어미의 자세가 저렇지 않을는지요
지난 봄부터 민들레가 집중한 것은 오직 가벼움이었습니다 꽃대 위에 노란 꽃을
힘껏 밀어 올린 다음, 여름 내내 꽃 안에 있는 물기를 없애왔습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한 홀씨는 바람에게 들켜 바람의 갈피에 올라탈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
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 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 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by 누런돼지 2008. 3. 15. 13:21
http://h21.hani.co.kr/section-021158000/2008/02/021158000200802210698049.html

“부평 역전에서 너와 이별한 뒤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은, 이제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그동안 세 번 연어가 회귀했고 난 강둑에 앉아 저무는 미루나무를 바라본다 (…)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버린 부평 역전 오늘도 한 여자를 사랑하고야 만 내게 도화사(道化師)는 달빛의 계곡으로 가라고 일러주었지만 히야신스가 머리를 눕힌 곳은 바람만이 알 뿐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뜻을 종잡을 수 없는 길거리에서 나는 장차 애인이 될 소녀들을 세심하게 고르다 이내, 반성한다 오 반성은 얼마나 매혹적인지 부평 역전에 너를 버려두고 온 뒤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했었다”(채은, ‘회문(回文)의 계절’ 부분)

* 도화사(道化師) : 민속극에서, 재주를 부리거나 익살을 떠는 역할을 맡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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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 안아 줄 수 없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사랑한다면 갈증으로 견딜 수 없다면 왜 바짓단이라도 붙잡고 늘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그저 머릿속에서 완성한 명제에 불과했다. 사랑한다고 해도 안아줄 수 없는 마음을 나는 조금, 아주 조금, 막 떠놓은 맑은 물에 앉은 한 조각 먼지 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평 역전에서 너와 이별한 뒤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는 문구를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읽고 또 읽었다. 칼럼의 저자가 말하듯, 그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것과 같다. 지금 그 시구를 쓴 작가의 마음을 내 멋대로 상상해본다. 그 마음을 나는 조금, 아주 조금, 막 떠놓은 맑은 물에 앉은 한 조각 먼지 만큼 떠올릴 수 있었다.

회문(回文)이라는 것은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같은 말을 말한다. 이 글에는 '자꾸만 꿈만 꾸자'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회문을 시에 적용한 것이 이 시이며 회문이야말로 인생의 비의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같다. 사랑과 이별도 같고 욕망과 반성도 같다.'는 말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저 사랑 속에서 이미 이별이 내포되어 있고 이별 속에도 사랑이 내포되어 있으며 욕망 속에 반성이 있고 반성 속에 욕망이 있다는 뜻인가 하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렇다면 사랑도 이별이 있어야 온전히 이해하고 욕망도 반성이 있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왠지 서글프다.
by 누런돼지 2008. 2. 24. 21:01

우기(雨期) / 문세정

고층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꽃무늬차렵이불이 비를 맞고 있다 우산도 없이 프리다 칼로 공원에 앉아 있던 블라우스처럼 고스란히 젖는다 흥건해진다 속으로 구름을 키우며 사는 것들은 원래 빗물에 약한 법

이불 속 드라이플라워되었던 꽃잎들 선명하게 몸 불린다 난간에 매달린 줄기가 불안하지만 보송보송하게 굴어야 할 내일을 위해 지금은 흡수 맘껏 흡수

기공을 활짝 열고 자리 편 이상 이미 난 젖은 솜, 양팔저울에 슬픔의 무게를 달아볼까, 그동안 사랑인 줄 알고 키워 온 구름이 너무 무거워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다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

-시집 <예수를 리메이크하다>(문학세계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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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구름을 키우며 사는 것들은 원래 빗물에 약한 법
그 동안 사랑인 줄 알고 키워 온 구름이 너무 무거워
주르륵 흘러내리는 빗줄기

표현이 너무 좋다.

비를 맞고 있는 이불 하나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 부럽다.

구름인 줄 모르고 구름을 키우고 너무 무거워 빗물을 흘려야만 하는 것이 본래 인생이라니 서글프기도 하지만.

by 누런돼지 2008. 2. 12. 17:20

이젠 떠날 시간이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자꾸 떠나라니까 떠난다

왜 이렇게 쓸쓸하지...
동현이 형이라도 옆에 있으면 좋을텐데..
나 혼자 그 곳에 가서 지내려니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도 어쨌든 가야지...
못난 놈... 좀 열심히 해야지...
왠지 완전한 패잔병이 되어 후퇴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 사람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괜히 더 쓸쓸해진다
전화 한 통 없는 걸 보면 아예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있을텐데

괜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일까...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그 근원적인 물음이 다시 나를 짓누른다.

왜 나는 잘못하기만 해 놓고
또 후회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모든 것이 괴롭다...
by 누런돼지 2008. 2. 1. 01:20
사랑은 만 번을 해도 미흡한 渴症

물거품이 한없이 일고

그리고 한없이 스러지는 허망이더라도

아름다운 이여,

저 흔들리는 나무의

빛나는 사랑을 빼면

이 세상엔 너무나 할일이 없네.

- 박재삼, <나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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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무 갈증이 난다...
by 누런돼지 2008. 1. 27. 01:40
No religion / 한대수

no religion can ever heal you
no thoughts nor pain
can ever release you
it's just a photograph
of ancient summer's breeze
life's a mirage
 
no marx no lenin
can ever free you
no stocks nor bonds
can ever secure you
it's just a stream of tears
of young girl's virgin fears
life's a mirage
 
no cause no might
can ever assure you
no tao no how
can ever teach you
it's just a dusty trail
of old man's broken dreams
life's a mirage
life's a mi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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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도 맑스/레닌도 주식도 동양의 도도 서양의 도도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인생은 신기루다. 한대수 아저씨의 말씀. 남재일 선생님이 '낙관적 허무주의'라 표현했던가.

그랜드마트에서 보았던 한대수의 쾌활한 모습이 떠오른다.
양호야~ 양호야~

다신 그랜드마트에서 한대수의 얼굴을 보는 일은 없겠지...
by 누런돼지 2008. 1. 24. 18:11

다시 시작해보자 / 김동률

헤어지자.
요란할 것도 없었지.
짧게 good-bye.
7년의 세월을 털고
언제 만나도 보란듯 씩씩하게 혼자 살면 되잖아.
 
잘됐잖아.
둘이라 할 수 없던 일
맘껏 뭐든 나를 위해 살아보자.
주기만 했던 사랑에 지쳐서 괜히 많은 걸 목말라 했으니.
 
그럼에도 가끔은
널 생각하게 됐어.
좋은 영화를 보고
멋진 노래를 들을 때
보여주고 싶어서 들려주고 싶어
전화기를 들 뻔도 했어.

함께일 땐
당연해서 몰랐던 일 하나둘씩 나를 번거롭게 했지
걸핏하면 툭 무서워 화를 내고
자꾸 웃을 일이 줄어만 갔지...

내 친구들의 위로가
듣기 불편해서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휑한 방안보다 더 내 마음이 더 시려.
좀 울기도 했어.

그럴 때면 여전히
널 생각하게 됐어.
매일 다툰다 해도 매번 속을 썩여도
그런 게 참 그리워.
좋았던 일보다 나를 울고 웃게 했던 날들.

아무래도 나는
너여야 하는 가봐.
같은 반복이어도
나아질 게 없대도
그냥 다시 해보자. 한번 더 그래보자.
지루했던 연습 이제는 그만하자.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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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새 노래가 나왔다. 멜로디 자체는 예전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지만 반갑다. 내일 앨범이 나온다는데 바로 사러가야겠다. 유일하게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는 가수니까. 그리고... 왠지 쓸쓸하다.

by 누런돼지 2008. 1.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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