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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시에 해당되는 글 16건
- 2008.02.24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 2008.02.12 우기
- 2008.02.01 쓸쓸함
- 2008.01.27 갈증
- 2008.01.24 No religion
- 2008.01.24 다시 시작해보자
우기(雨期) / 문세정
고층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꽃무늬차렵이불이 비를 맞고 있다 우산도 없이 프리다 칼로 공원에 앉아 있던 블라우스처럼 고스란히 젖는다 흥건해진다 속으로 구름을 키우며 사는 것들은 원래 빗물에 약한 법
이불 속 드라이플라워되었던 꽃잎들 선명하게 몸 불린다 난간에 매달린 줄기가 불안하지만 보송보송하게 굴어야 할 내일을 위해 지금은 흡수 맘껏 흡수
기공을 활짝 열고 자리 편 이상 이미 난 젖은 솜, 양팔저울에 슬픔의 무게를 달아볼까, 그동안 사랑인 줄 알고 키워 온 구름이 너무 무거워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다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
-시집 <예수를 리메이크하다>(문학세계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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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구름을 키우며 사는 것들은 원래 빗물에 약한 법
그 동안 사랑인 줄 알고 키워 온 구름이 너무 무거워
주르륵 흘러내리는 빗줄기
표현이 너무 좋다.
비를 맞고 있는 이불 하나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 부럽다.
구름인 줄 모르고 구름을 키우고 너무 무거워 빗물을 흘려야만 하는 것이 본래 인생이라니 서글프기도 하지만.
다시 시작해보자 / 김동률
헤어지자.
요란할 것도 없었지.
짧게 good-bye.
7년의 세월을 털고
언제 만나도 보란듯 씩씩하게 혼자 살면 되잖아.
잘됐잖아.
둘이라 할 수 없던 일
맘껏 뭐든 나를 위해 살아보자.
주기만 했던 사랑에 지쳐서 괜히 많은 걸 목말라 했으니.
그럼에도 가끔은
널 생각하게 됐어.
좋은 영화를 보고
멋진 노래를 들을 때
보여주고 싶어서 들려주고 싶어
전화기를 들 뻔도 했어.
함께일 땐
당연해서 몰랐던 일 하나둘씩 나를 번거롭게 했지
걸핏하면 툭 무서워 화를 내고
자꾸 웃을 일이 줄어만 갔지...
내 친구들의 위로가
듣기 불편해서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휑한 방안보다 더 내 마음이 더 시려.
좀 울기도 했어.
그럴 때면 여전히
널 생각하게 됐어.
매일 다툰다 해도 매번 속을 썩여도
그런 게 참 그리워.
좋았던 일보다 나를 울고 웃게 했던 날들.
아무래도 나는
너여야 하는 가봐.
같은 반복이어도
나아질 게 없대도
그냥 다시 해보자. 한번 더 그래보자.
지루했던 연습 이제는 그만하자.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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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새 노래가 나왔다. 멜로디 자체는 예전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지만 반갑다. 내일 앨범이 나온다는데 바로 사러가야겠다. 유일하게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는 가수니까. 그리고... 왠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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