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결이 안 되는
만들어짐의 과정
꽃도
암꽃술과 수술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벌레나 바람이 찾아와
암꽃술과 수술을 연결하는 것
생명은
제 안에 결여를 안고
그것을 타자가 채워주는 것

세계는 아마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by 누런돼지 2008. 4. 19. 23:26